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엑시트 영화 리뷰 (숙련의 가치, 연대의 힘, 출구의 의미)

by Movie_별 2026. 5. 7.

영화 엑시트 포스터

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이 살아남는 무기가 '클라이밍 실력'이라는 설정,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이 설정이야말로 이 영화의 전부였습니다. 취업에 거듭 실패한 청년이 철봉이나 잡고 있다가 도심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한다는 이야기, 단순한 오락 영화로 보기엔 묵직한 메시지가 너무 많았습니다.

영화 <엑시트> 숙련의 가치 : 10년의 직장생활, 세상에 버릴 경험은 없다

영화 속 용남은 취업 시장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클라이밍 기술 때문에 집안의 구박을 받는 '잉여'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도심에 치명적인 가스가 살포되자, 그가 무수히 반복했던 턱걸이와 로프 매듭법은 사람들을 살리는 유일한 '절대 병기'가 되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10년이라는 시간을 직장이라는 견고한 시스템 안에서 보냈고, 지금은 한식조리와 냉동기계라는 전혀 다른 기술의 세계로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그 경력을 두고 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저는 용남을 보며 확신했습니다. 평상시엔 빛이 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다져온 기본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반드시 나를 구원하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특히 영화 속에서 방독면 정화통의 제한 시간 15분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쓰일 때, 저는 직장 시절 몸이 기억할 정도로 반복했던 화생방 훈련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저 의무적인 훈련이라 생각했지만, 재난 상황에서 그 9초의 착용 시간이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숙련도가 된다는 것을 영화는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칼질 하나, 기계 부품 하나를 다루는 매듭법 같은 기술들도 당장은 파편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용남이 클라이밍으로 이동 경로를 개척하듯, 직장에서 체득한 성실함과 지금 익히는 전문 기술이 결합한다면 어떤 재난 같은 상황에서도 저만의 '인생 경로'를 개척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결국 숙련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삶의 고비에서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어기제이기 때문입니다.

연대의 힘, 각자도생이 아닌 '따따따' 신호로 연결되는 전우애

재난이 닥치면 대개 이기심이 판을 치기 마련이지만, <엑시트>는 용남과 의주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파트너십'에 집중합니다. 옥상 문이 잠긴 절망적인 순간에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라는 구조 신호를 보내며 끝까지 희망을 찾는 모습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10년의 군 생활 동안 수없이 많은 전우와 발을 맞추며 목표를 달성해 왔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도 동료가 아래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준다면 결국 넘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가 군에서 배운 가장 값진 교훈이었습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의 호흡은 제가 현장에서 느꼈던 그 뜨거운 전우애와 정확히 닮아 있었습니다.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헬기 구조의 기회가 왔을 때, 두 사람이 학원에 갇힌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보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선택한 것이죠. 누군가는 바보 같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 선택이 군인으로서 제가 지켜온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태도는 결국 나보다 약한 사람을 먼저 살피는 마음이니까요. 이 영화는 혼자 벽을 타는 영웅담이 아니라,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완등(Complete)을 향해 나아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기입니다. 이러한 연대의 가치는 제가 군복을 벗고 사회라는 새로운 부대에 전입해서도 변치 않고 가져가야 할 핵심적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출구의 의미, 유독가스보다 지독한 현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나의 전진

영화 제목 '엑시트(EXIT)'는 제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는 유독가스로 가득 찬 도심으로부터의 물리적 탈출이고, 다른 하나는 10년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사회로 던져진 제가 마주한 막막한 현실로부터의 심리적 탈출입니다. 가스가 지면에서부터 차오르기에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살 수 있는 설정은, 더 높은 스펙과 지위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무한 경쟁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용남은 거창한 장비 대신 쓰레기봉투로 방호복을 만들고, 지하철 보관함의 방독면을 챙기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냅니다. 저 역시 10년의 안정적인 커리어를 내려놓고 낯선 기술을 배우며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지만, 영화는 제게 말합니다. 주변을 잘 살피고 내가 가진 '매듭'을 믿는다면 반드시 나갈 길은 있다고 말이죠.

탈출에 성공하고 나서도 "내일부터 뭐 하지?"라고 중얼거리는 용남의 모습은 재난보다 더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다니는 현실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저 또한 전역 후의 삶이 가끔은 유독가스가 가득한 도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수치와 불안에 갇히지 말고 일단 다음 칸으로 손을 뻗으라고 응원합니다.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한식조리와 냉동기계 기술은 언젠가 예기치 못한 삶의 '가스'가 차오를 때 저를 가장 안전한 옥상으로 안내할 튼튼한 로프가 될 것입니다. <엑시트>는 제게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인생의 탈출구를 찾아낼 힘이 있음을, 그리고 그 여정 끝에는 반드시 맑은 공기가 기다리고 있음을 가장 시원하고 정직한 방식으로 약속해 주었습니다. 저도 이제 저만의 'EXIT'를 향해 힘차게 로프를 던져보려 합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