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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쉬즈대학교, 오즈권력, 비상역공)

by Movie_별 2026. 9. 15.

영화 위키드 포스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저는 뮤지컬 판타지를 봤다는 기분보다, 국가 권력이 개인의 언어와 존엄을 어떻게 설계하고 소각하는지에 대한 냉혹한 보고서를 읽은 것 같은 감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화려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압도적인 가창력에 눈과 귀를 뺏기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이 있는데, 제가 직접 두 번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디테일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쉬즈 대학교라는 도살장 — 기득권이 설계한 선별의 구조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쉬즈 대학교(Shiz University)의 첫 시퀀스를 단순한 배경 설정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분홍빛과 파스텔로 도배된 이 공간은 소수자를 포용하는 곳이 아니라, 체제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발굴해 길들이는 선별장에 가까웠습니다.

알파바(Elphaba)가 입학한 이유를 떠올려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마담 모리블(Madame Morrible)이 그녀를 받아들인 건 알파바의 가능성을 키워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훗날 오즈(Oz)의 마법사가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도구를 선점하기 위한 계산된 포섭이었습니다. 쉬즈 대학교는 겉으로는 마법 교육 기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마법사 정권의 인재 파이프라인(pipeline), 즉 권력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통로였던 것입니다.

마담 모리블이 딜러몬드(Dr. Dillamond) 교수를 대학에서 축출하는 장면은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딜러몬드는 말하는 동물(Talking Animal)이었습니다. 말하는 동물이란 오즈 세계에서 인간과 동등하게 언어를 구사하고 사유하는 존재를 가리킵니다. 그런 존재가 대학교수 자리에 있다는 것은 체제의 질서에 균열을 낸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제거됐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학교라는 공간이 지식을 위한 곳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냉혹한 사실을 새삼 체감했습니다.

칠판에 새겨진 "동물들은 구경거리일 뿐, 말하지 말아라"라는 낙서의 정체도 그냥 지나쳤다면 놓쳤을 디테일입니다. 원작 소설의 맥락을 따라가면, 이 문구는 마담 모리블이 학생들을 선동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낸 문구와 일치합니다. 영화는 범인을 명시하지 않지만, 구도상 모리블이 그 낙서를 썼다고 보는 게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 쉬즈 대학교 = 마법사 정권의 인재 파이프라인(체제 유지용 선별 도구)
  • 딜러몬드 교수 축출 = 말하는 동물 탄압의 시작이자 알파바 각성의 도화선
  • 낙서 사건 = 마담 모리블이 교내에서 이미 여론 조작을 주도하고 있었다는 증거
요약: 쉬즈 대학교는 기회의 공간이 아니라 오즈 권력 카르텔이 설계한 선별과 통제의 도구였으며, 알파바는 처음부터 그 도구로 선택됐다.

 

오즈 권력의 실체 — 마법이 아닌 미디어 세뇌로 유지된 신화

제가 직접 영화를 두 번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캐릭터는 의외로 오즈의 마법사였습니다.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이 연기한 이 인물은 실제로 마법을 한 톨도 쓰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원래는 현실 세계 캔자스 근처의 서커스 흥행사였는데, 열기구 사고로 오즈 세계에 불시착하면서 신화가 시작됩니다.

오즈 사람들은 그가 도착한 방식 자체를 기적으로 해석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기구, 자신의 이름이 크게 적힌 간판. 여기에 마법서 그리머리(Grimmerie)를 건네자 그는 자기 고향 지명인 "오마하(Omaha)"를 읽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가 고대 예언의 주인공이라 착각했습니다. 그리머리란 오즈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고대 마법서로, 이를 읽을 수 있는 자가 오즈를 구할 위대한 마법사라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믿고 싶었고, 그 믿음이 신화를 완성했습니다.

이게 저한테는 굉장히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권력은 능력이 아니라 서사(narrative)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이 장면이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서사란 대중이 권력자에게 부여하는 이야기 구조로,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지배력을 정당화하는 기제입니다. 마법사는 이 서사를 철저하게 관리했고, 자신의 무능이 들킬까봐 방 안에 틀어박혀 기계 장치로 거대한 허상을 연출했습니다.

더 교묘한 건 마담 모리블의 역할입니다. 마법사 뒤에서 알파바를 '서쪽의 사악한 마녀(Wicked Witch of the West)'로 낙인찍는 프레이밍(framing) 작업을 주도한 건 그녀였습니다. 프레이밍이란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어떤 틀로 해석하게 만드는 미디어 조작 기술입니다. 알파바가 마법서를 훔쳐 달아났다는 사실 하나를 이용해, 그간의 맥락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악함'이라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주입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오즈의 마법사가 판타지 악당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존재하는 구조적 포식자의 알레고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출처: IMDB — Wicked (2024)

요약: 오즈의 마법사는 마법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그의 권력은 실력이 아닌 서사 조작과 미디어 프레이밍으로만 유지된 허상이었다.

 

엘파바와 글린다, 같은 고독 다른 선택 — 우정이 갈라지는 지점

제 경험상 이 영화를 한 번만 본 분들은 두 사람의 우정이 갑자기 끊긴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사 전체에 걸쳐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인간인지를 아주 촘촘하게 쌓아두고 있습니다.

클럽 댄스 장면이 그 분기점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글린다(Glinda)가 알파바에게 뾰족한 검은 모자를 선물하며 망신을 준 그 순간, 알파바가 선택한 반응은 분노도 도주도 아닌 침묵의 춤이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포착한 건 알파바의 자존 방어 기제입니다. 감정을 폭발시키면 체면이 완전히 무너지고, 달아나면 상대방의 승리가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모자를 쓰고 혼자 춤을 춥니다. '나는 네가 씌운 프레임에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걸 몸으로 증명하는 방식으로요.

알파바는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극도로 치솟으면 감정 제어 마법(emotional magic release)이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체질이었습니다. 감정 제어 마법이란 감정 상태와 마법 능력이 연동되어, 강렬한 감정이 폭발할 때 주변 환경에 직접적인 마법 효과가 발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모리블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오즈와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춤은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의식이기도 했던 셈입니다.

이 장면을 본 글린다는 죄책감에 자신도 춤을 따라추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두 사람의 우정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직후부터, 그 우정은 서서히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글린다의 꿈은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것이었고, 알파바는 동물들의 억압이라는 구조적 부정의(structural injustice)를 목격하고 난 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꺾입니다. 구조적 부정의란 개인의 악의가 아닌 사회 시스템 자체가 특정 집단을 체계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글린다는 동물 차별 문제에 처음부터 깊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알파바처럼 무거운 사회 구조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우는 길을 택하기엔, 그녀가 지켜야 할 것들이 달랐습니다. 저는 이걸 단순히 글린다가 비겁하다는 식으로 읽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원하는 세상의 크기가 달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별이 더 가슴 아팠습니다.

요약: 알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은 진심이었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의 크기와 방향이 달랐기 때문에 끝내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다.

 

비상 역공, 중력을 거부한다는 것 — 엘파바의 선택이 남긴 것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은 클라이맥스의 "Defying Gravity" 시퀀스입니다. 마법서 그리머리를 들고 에메랄드 시티(Emerald City)의 탑 꼭대기까지 몰린 알파바 앞에는 선택지가 두 개뿐이었습니다. 마법사의 협력자가 되어 체제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거나, 아니면 지금 당장 하늘로 치솟아 혼자 나는 것.

그녀는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합니다. 이 비상 역공(Defying Gravity Counter-Attack)은 단순한 탈출이 아닙니다. 비상 역공이란 체제가 설정해 놓은 가능성의 천장 자체를 거부하고, 프레임 바깥으로 물리적·존재론적으로 이탈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미 '사악한 마녀'라는 프레이밍은 대중에게 퍼져나가고 있었고, 어떤 해명도 그 서사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알파바는 그걸 알면서도 변명하거나 순종하는 길 대신, 그 서사 자체를 비웃으며 하늘로 올라갑니다.

영화 흥행 측면에서 보자면, 위키드는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뮤지컬 영화 장르의 흥행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출처: Box Office Mojo — Wicked (2024)) 하지만 제가 더 주목한 건 관객 반응의 층위였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에 열광하는 반응과, 알파바가 상징하는 개인의 주체성 회복 서사에 깊이 공명하는 반응이 뚜렷하게 나뉘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가진 진짜 가치가 후자에 있다고 봅니다. 네사로즈(Nessa Rose)의 은색 구두가 훗날 도로시의 세계로 연결되고, 날개 달린 원숭이 부대가 오즈의 마법사 원작과 교차되는 디테일들은 이 서사가 얼마나 정교하게 직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모든 퍼즐보다 제게 남은 건, 온 세상이 자신을 악이라 부르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믿는 것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혼자 하늘로 치솟아 오른 알파바의 실루엣이었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날카롭게 파고든 동물 차별과 국가 권력의 구조적 폭력이, 결말부에서 알파바의 비상이라는 음악적 카타르시스로 일시에 봉합되는 느낌을 저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Part 1으로 마무리되는 구조상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전반부의 묵직함에 비해 결말이 다소 편리하게 마무리된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요약: 알파바의 비상 역공은 체제의 프레임을 거부하는 존재론적 선언이었으며, 이 장면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압축하는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키드 2편은 언제 개봉하나요?

A. 위키드 Part 2는 2025년 11월 개봉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구체적인 개봉일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최신 정보는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Part 1이 에메랄드 시티 탈출로 끝난 만큼, 2편에서는 알파바와 글린다의 완전한 분리와 오즈 세계의 결말이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Q. 위키드 영화와 원작 뮤지컬 브로드웨이 버전의 차이가 큰가요?

A. 전체적인 서사 골격은 유사하지만 세부 설정과 캐릭터 묘사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 글린다의 마법 재능 묘사나 알파바와 피에로(Fiyero)의 관계 전개 방식 등에서 영화만의 각색이 두드러집니다. 존 추 감독이 스펙터클과 대중성을 강화한 방향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많습니다.

 

Q. 영화에 나오는 그리머리(Grimmerie)가 뭔가요?

A. 그리머리는 오즈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고대 마법서로, 이를 읽을 수 있는 자가 오즈를 구할 위대한 마법사라는 예언과 연결된 핵심 소품입니다. 영화에서는 알파바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설정되며, 오즈의 마법사가 그녀를 포섭하려 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Q. 글린다는 마법 재능이 없는 건가요?

A. 영화에서는 글린다가 마법에 큰 재능이 없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오히려 글린다가 마법에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로 나옵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의도적으로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Part 2에서 그녀의 진짜 마법 능력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영화 위키드를 두 번 보고 나서 제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 판타지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언어와 존재를 어떻게 도구화하는지에 대한 서사입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마법이 없고, 쉬즈 대학교는 기회의 공간이 아니며, 선과 악의 구분은 권력이 편의에 따라 설계한 프레임일 뿐이었습니다.

그 모든 구조를 알면서도 혼자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치솟아 오른 알파바의 선택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져온 가장 선명한 잔상입니다. Part 2를 기다리면서 한 번쯤 첫 편을 다시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던 장면들이 완전히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maDWbiif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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