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오프닝 주말 3,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작품이 바로 실베스타 스탤론 감독·주연의 <익스펜더블>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향수 마케팅이 아니라 이 영화가 그 이상의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 정벌과 빌레나 섬이 설계한 비정한 도살장
영화 첫 시퀀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인질로 잡힌 선원들을 구출하는 장면부터 묻고 싶었습니다. 이 집단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는 걸까요?
바니 로스(실베스타 스탤론 분)가 이끄는 용병 군단 '익스펜더블'이 해적들을 제압하는 방식은 교과서적인 군사 작전(Counter-Piracy Operation)과는 거리가 멉니다. 여기서 카운터 파이러시 오퍼레이션이란 해상 납치 세력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비정규 군사 임무를 뜻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장면에서 주목한 건 전술이 아니라, 팀원 군너 젠센(돌프 룬드그렌 분)이 이미 투항한 해적을 줄에 매달려는 순간 바니가 제지하는 디테일이었습니다. 이 집단은 냉혹한 사냥개이기 전에 스스로 만든 도덕선 위에 서 있습니다.
CIA 요원 미스터 처치(브루스 윌리스 분)가 건네는 의뢰는 표면상 "남미 섬나라 빌레나의 독재자 가르시아 장군 제거"입니다. 하지만 실상을 파헤치면, 전직 CIA 요원 먼로(에릭 로버츠 분)가 가르시아를 수족으로 삼아 마약 자금 세탁(Money Laundering) 구조를 구축하고 있었죠. 마약 자금 세탁이란 불법으로 획득한 자금의 출처를 감추고 합법적 자본처럼 유통시키는 범죄 기법입니다. 정보기관이 자국 이익을 위해 독재 정권을 키우고, 그 독재 정권이 무너질 기미가 보이면 또 다른 정보기관 출신이 마약 이권을 가져가는 구조, 저는 이 순환을 보며 냉소가 먼저 나왔습니다.
정찰 차 빌레나에 들어간 바니와 리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타뎀 분)는 정보원 산드라(지젤 이티에 분)를 통해 섬의 실태를 목도합니다. 저항하는 민초들은 처형당하고, 섬 전체가 마약 공장 부지로 변해가고 있었죠. 이 시점에서 바니는 단순 용병 계약의 프레임을 스스로 이탈합니다. 체제가 짜놓은 "돈 받고 처리하면 끝"이라는 각본을 거부한 셈입니다.
군너 젠센의 배신과 산드라 고문이 만들어낸 림보
팀원이 배신한다면, 그 용병 집단의 유대는 과연 진짜였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날카롭게 꽂혔던 질문입니다.
약물 중독(Drug Addiction)에 빠진 군너 젠센이 먼로 측에 팀의 위치를 넘기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균열입니다. 약물 중독이란 특정 물질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의존이 자기 통제력을 잠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거구의 전사가 마약 한 줄기에 무너지는 서사는, 먼로가 구축한 마약 생태계가 얼마나 깊숙이 개인의 판단을 침식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분석해보니, 감독 스탤론은 군너를 악당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시스템에 의해 소모된 한 명의 단독자로 설정합니다.
한편 먼로의 잔혹한 집행자 머노(스티브 오스틴 분)가 산드라를 물고문하는 시퀀스는, 저도 예상보다 훨씬 불편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올드스쿨 액션 영화 특유의 유쾌한 폭력 미학이 아니라, 가르시아 장군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서 인간의 신체가 소비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직 WWE 챔피언 스티브 오스틴의 압도적 체격이 그 가학성을 더 물리적으로 증폭시켰죠.
이 두 사건이 동시에 터지는 서사 구조 안에서 바니는 선택 앞에 서게 됩니다. 팀의 안위를 계산하고 빌레나를 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런 서사에서 진짜 캐릭터의 본질은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드러납니다. 바니는 "다시 돌아간다"고 말하고, 팀원들은 구시렁거리면서도 따릅니다. 그 장면이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습니다.
- 군너 젠센의 약물 중독 배신 — 체제가 개인을 소모하는 방식의 상징
- 머노의 산드라 고문 — 인간을 정치적 압박 도구로 전락시키는 잔혹성
- 바니의 귀환 결정 — 용병 계약 프레임을 스스로 이탈한 단독자의 선택
빌레나 요새 폭파와 먼로·머노 처단의 타협 없는 역공
요새 전체에 C4를 심고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장면, 솔직히 말해 이 시퀀스는 저도 숨을 참고 봤습니다. 과연 이 귀환이 용기인지 무모함인지, 그 경계가 어디인지 묻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헤일 시저(테리 크루즈 분)의 AA-12 자동 산탄총이 내뿜는 연속 사격은 이 영화의 물리적 클라이맥스입니다. AA-12는 실제 존재하는 완전자동 산탄총(Fully Automatic Shotgun)으로, 1분당 최대 300발의 산탄을 발사할 수 있는 근접 화력 특화 무기입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주목한 건 화력 그 자체보다, 감독이 왜 하필 이 무기를 집단 적진 돌파 장면에 배치했냐는 연출 의도였습니다. 한 방 한 방의 정밀함이 아니라, 공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화력으로 포위망을 찢는 방식, 이것이 익스펜더블이 먼로 카르텔에 맞서는 방법론이었습니다.
돌 로드(랜디 코투어 분)가 불길 속에서 머노를 처리하고, 바니가 도주하는 먼로를 리볼버 패닝 사격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저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리볼버 패닝(Revolver Fanning)이란 공이치기를 손바닥으로 빠르게 연속으로 치는 속사 기법으로, 서부극에서 유래한 상징적 결투 방식입니다. 거대 마약 자금과 전직 정보기관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너희 같은 퇴물 용병은 상대가 안 된다"는 오만함을 내뿜던 먼로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처단되는 아이러니가 있었죠.
이 역공 시퀀스는 출처: IMDb - The Expendables (2010)에서도 영화의 핵심 액션 하이라이트로 분류됩니다. 제 경험상,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바니 로스가 "나는 돈 때문에 온 게 아니다"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올드스쿨 액션 미장센의 성취와 할리우드식 결말의 딜레마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완벽한 걸작인가요? 저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전반부의 날 선 긴장감이 결말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베스타 스탤론 감독이 이룬 미장센(Mise-en-scène)의 성취는 분명합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동선, 공간 구성 등 화면 안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연출하는 영화 언어를 말합니다. 브라이언 타일러(Brian Tyler)의 오케스트라 사운드트랙, 남미 섬의 습하고 어두운 질감, 그리고 CG 없이 실제 폭파 세트로 구현한 타격감은 2000년대 디지털 액션이 잃어버렸던 무게감을 복원했습니다. 출처: Rotten Tomatoes - The Expendables에서 관객 점수 61%를 기록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건 개봉 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계속 언급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반부 내내 CIA 음모와 마약 수탈 구조의 가학성을 파헤치던 서사가, 결말부에서는 팀원들의 타투 숍 바이크 파티로 마무리됩니다. 거대한 제국주의적 모순 구조가 유쾌한 동료애 씬 하나로 세척되는 이 구조는, 상업 영화가 관객에게 안도감을 팔기 위해 현실의 복잡성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서사 봉합(Narrative Closure)입니다. 서사 봉합이란 복잡하게 열려 있던 갈등 구조를 결말에서 깔끔하게 닫아버려 관객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영화적 장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를 여전히 꺼내 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모든 총성이 지나간 뒤 바이크에 올라탄 바니 로스의 실루엣 하나가, "체제가 나를 소모품으로 규정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동료애와 존엄의 가치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팩트를 조용히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값어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익스펜더블 실제 촬영지가 빌레나 섬인가요?
A. 빌레나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섬나라입니다. 주요 촬영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미국 뉴올리언스 세트장에서 진행됐습니다. 감독 스탤론이 남미 특유의 습하고 어두운 색감을 살리기 위해 로케이션 선택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보기에 그 선택은 실제로 효과적이었습니다.
Q. 익스펜더블에서 브루스 윌리스랑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왜 짧게 나오나요?
A. 두 배우 모두 단역 수준의 카메오 출연입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CIA 요원 미스터 처치 역으로 의뢰 장면에만,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바니와의 한 씬에만 등장합니다. 촬영 일정과 출연료 협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짧아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게 신기했습니다.
Q. 익스펜더블 시리즈 몇 편까지 나왔나요?
A. 2023년 기준 총 4편이 제작됐습니다. 1편(2010), 2편(2012), 3편(2014), 4편 엑스펜더블4(2023)까지 이어졌습니다. 4편은 스탤론이 감독에서 빠지고 제이슨 스타뎀이 사실상 주연을 맡는 구조로 바뀌었는데, 1편의 날 선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Q. 익스펜더블이 2010년대 액션 영화에서 갖는 의미가 뭔가요?
A. CG 와이어 액션이 주류였던 2000년대 이후, 아날로그 폭파와 배우들의 실제 신체 퍼포먼스로 구성된 밀리터리 액션 장르를 부활시킨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제가 직접 당시 반응을 찾아봤을 때, "오랜만에 진짜 액션을 봤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장르적 부활 신호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결론
<익스펜더블>은 저에게 단순한 액션 영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 정벌로 문을 열고, CIA 음모와 마약 자금 세탁 구조를 파헤치다가, 팀원의 배신과 인질 고문이라는 가장 비정한 바닥을 지나, 아날로그 화력으로 거대 카르텔을 찢어발기는 이 서사는, 체제가 개인을 소모품으로 재단하려 할 때 단독자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거친 교본이기도 합니다.
결말의 서사 봉합이라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한계를 알고 보더라도 바니 로스라는 캐릭터가 남기는 잔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올드스쿨 밀리터리 액션 장르가 왜 지금도 유효한지, 그리고 스탤론이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면 1편부터 다시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