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6 영화 인턴 (아날로그, 세대공감, 커리어) '70대 노인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업한다'는 설정이 그냥 훈훈한 코미디 정도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벤이 건네는 손수건 한 장이 스크린 밖의 저에게도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세대 간 소통과 일과 삶의 균형을 다룬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교훈을 꺼내줍니다.영화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스타트업 속으로영화는 70세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가 시니어 인턴십(Senior Internship)에 지원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시니어 인턴십이란 일정 연령 이상의 경력자를 대상으로 기업이 단기 또는 장기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최근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주목받고 있는 고용 형태입니다.벤이 출근 첫날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들.. 2026. 5. 18. 영화 베테랑 (계급 자본주의, 서도철) 직장에서 부당한 지시를 받고도 "뭐, 어쩌겠어"라며 억지 미소를 지어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베테랑을 다시 꺼내 든 건 바로 그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해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현실의 어딘가를 정확히 찌르는 작품입니다.영화 계급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 조태오영화에서 가장 먼저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체불 임금을 요구하러 온 배 기사(정웅인 분)에게 글러브를 쥐여주고 그 자식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어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한 구도였기 때문입니다. 돈을 가진 쪽이 요구하고, 돈이 필요한 쪽이 버텨야 하.. 2026. 5. 18. 영화 인터스텔라 (시간 딜레이션, 블랙홀, 모스 부호) 저는 처음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이 영화를 SF로만 소비했습니다. 웜홀이니 블랙홀이니 하는 장면들을 그저 시각적 스펙터클로 감상하고 끝냈죠. 그런데 두 번째로 봤을 때 완전히 놓쳤던 것이 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이고, 그 관계를 설명하는 데 굳이 물리학 공식을 끌어다 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든 이유였습니다.영화 시간 딜레이션, 흐르는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진 이별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밀러 행성 에피소드입니다. 주인공 쿠퍼 일행이 블랙홀 가르강튀아 근처에 위치한 밀러 행성에 잠깐 착륙했다가 거대한 파도에 발이 묶이고 우주선으로 돌아왔을 때, 지구의 시간은 이미 23년이 흘러 있었습니다.이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시간 딜레이션(Ti.. 2026. 5. 17. 영화 어쩔 수가 없다 (블랙코미디, 자본주의)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제 자신을 주인공과 겹쳐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답게, 스크린 밖의 현실을 아프도록 정확하게 찌릅니다. 20년 경력의 제지업계 베테랑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기로 결심하는 이 이야기가, 왜 불편하면서도 공감이 가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영화 블랙코미디라는 외피 안에 숨겨진 구직 경쟁의 맨얼굴일반적으로 블랙코미디(Black Comedy)는 어두운 소재를 웃음으로 포장해 거리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코미디란 죽음, 폭력, 사회적 비극처럼 직접 다루기 불편한 주제를 풍자와 유머로 희석시키는 장르를 말합니다. 그.. 2026. 5. 17. 영화 악마를 보았다 (전염, 중독, 붕괴) 복수에 성공한 사람이 왜 울까요? 저는 영화관을 나서며 한동안 그 질문을 놓지 못했습니다. 화면 속 주인공은 분명 이겼는데, 카메라가 잡은 그의 얼굴엔 승리 같은 건 없었습니다. 온몸으로 처절하게 오열하는 한 남자만 남아 있었고, 그 장면이 지금도 머릿속에 또렷합니다.영화 악의 전염: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다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국정원 요원 수현(이병헌)은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을 단숨에 제거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통을 주고, 치료해주고, 다시 쫓아가 고통을 더하는 기묘한 사이클을 반복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통쾌한 복수극인 줄 알았거든요.직접 보고 나서 깨달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2026. 5. 16. 영화 피아니스트 (소리 없는 연주, 생존 본능, 인간성) 예술가는 위기 앞에서 더 빛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말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영화 '피아니스트'는 실존 인물 블라디슬라프 슈필만의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의 생존기를 담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입니다. 예술의 숭고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고 봅니다.영화 소리 없는 연주가 던지는 질문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장면은 화려한 연주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슈필만이 먼지가 켜켜이 쌓인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누르지 않은 채 공중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소리를 내는 순간 발각되고, 발각되는 순간 죽음이기 때문에, 그는 상상 속에서만 연주합니다.이 장면을 두고 "감동적.. 2026. 5. 16.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