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02 영화 스티브 잡스 (독선의 해부, 부성애, 3막 미장센)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기대한 건 애플의 성공 신화 같은 거였습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마주한 건 신화가 아니라 해부였습니다. 2015년 대니 보일 감독, 아론 소킨 각본의 영화 는 맥킨토시(1984), 넥스트 큐브(1988), 아이맥(1998)이라는 세 번의 신제품 발표 직전 백스테이지 40분을 무대 삼아, 한 인간의 독선과 결핍을 렌즈 가장 가까이 들이밉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천재'보다 '괴물'을, '혁신가'보다 '외면한 아버지'를 더 선명하게 봤습니다.1984년 백스테이지 — 완벽주의가 설계한 비정한 도살장제가 직접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처음 몇 분 만에 불편함이 몸에 올라왔습니다. 발표 수분 전, 맥킨토시(Macintosh)가 "Hello"라는 단 한 마디를 음성으로 구현.. 2026. 8. 10.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아날로그 미장센, 관료 카르텔, 블록버스터)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시원하게 터지는 여름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백악관이 증발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종이처럼 구겨지는 장면에 넋을 잃었지만, 그게 CG가 아니라 95개의 정밀 미니어처를 직접 폭파해서 찍은 거라는 걸 나중에 알고 나서야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는 단순한 재난 스펙터클이 아닙니다. 관료제의 위선이 인류를 도살장 앞에 방치하는 구조, 그리고 그 바리케이드를 단독자의 독기 하나로 찢어버리는 서사입니다.아날로그 미장센(Mise-en-scène)의 압도적 밀도 — 95개의 미니어처가 증명한 것제가 이 영화를 다시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건 특수효과 팀의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배경을 통째로 컴퓨터로 그려 넣는 시대에 이 영화를 보면 역설적으로 더 .. 2026. 8. 10. 영화 맘마미아2 (듀얼 타임라인, 릴리 제임스, 아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속편 뮤지컬이 원작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맘마미아 1편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강해서 기대치를 낮추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2018년 개봉한 (Mamma Mia! Here We Go Again)는 1979년 젊은 도나의 과거와 현재 소피의 현재를 교차하는 듀얼 타임라인 구조로,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전작과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듀얼 타임라인이 만든 압도적 미장센, 그리고 제가 예상 못 한 것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 속편은 전작의 감흥을 반복 소비하는 데 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보고 나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올 파커 감독이 선택한 듀얼 타임라인(Dual Timeline), 즉 1979년 젊은 .. 2026. 8. 9. 영화 맘마미아 1편 (세 아빠 후보, 도나의 선택, 속편 연결) 솔직히 저는 맘마미아 2편 개봉 소식을 듣고 나서야 1편을 처음 제대로 봤습니다. 10년 전 영화를 뒤늦게 챙겨보는 게 좀 머쓱하긴 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왜 이걸 진작 안 봤나 싶었습니다. 그리스 섬 칼로카이리를 배경으로 세 명의 아빠 후보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영화, 2편을 보기 전에 1편 설정을 정리해두는 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세 아빠 후보 — 다이어리 한 권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영화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결혼을 앞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가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일기 속에는 도나가 소피를 임신했던 시기 무렵 만났던 남자가 세 명이나 등장했습니다. 제가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황당하다고 느꼈는데, 보다 보니 오히.. 2026. 8. 9. 영화 캡틴 마블 (레트로 미장센, 오리진 서사, 원더우먼 비교) 2019년 개봉 당시 저는 극장에서 캡틴 마블을 보고 나오면서 이상하게 말이 없어졌습니다. 재미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고, 감동받았냐고 물어도 딱 그렇다고 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이 "착하고 괜찮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묘한 공허함,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MCU 최초의 여성 단독 주연 히어로물이라는 무게감과 실제 영화가 안겨준 인상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90년대 레트로 미장센, 그 화려한 외피 안에서 삐걱거린 오리진 서사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치고 90년대 그런지 사운드트랙을 이렇게 영리하게 쓴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너바나와 TLC가 흘러나오는 순간마다 제가 어릴 때 비디오 가게 앞을 기웃거리던 기억이 겹쳐서 꽤나 반가웠습니다. 애나.. 2026. 8. 8. 영화 노아 (심판, 방주, 구원) 신이 인간을 심판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신의 명령에 끝까지 복종하는 것이 진정한 구원일까요. 영화 (Noah, 2014)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하나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못 떠났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노아는 기존 종교 서사가 그려온 '선택받은 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비틀어 버립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만든 이 영화, 그냥 성경 블록버스터로 넘기기엔 뭔가 찝찝한 게 남습니다.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의 바리케이드종교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대부분 '신성한 정화'라는 프레임을 너무 편하게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선택받은 자의 특권이고, 나머지는 죄값을 치를 뿐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는 처음부터 그 구조에 균열을 냅니다.영화 초반, 노아가 .. 2026. 8. 8.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