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4 영화 곤지암 (파운드 푸티지, 미디어 자본, 공포 미장센) 심야에 혼자 공포 영화를 틀었다가, 화면 속 인물들이 조회수 얘기를 꺼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적이 있습니다. 귀신보다 그 카메라를 든 손이 더 무서웠다고 해야 할까요. 2018년 개봉한 정범식 감독의 은 제가 그런 감각을 처음 느꼈던 작품입니다. 단순한 귀신 영화가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자본이 개인을 어떻게 소모하는지를 날것으로 보여준 필름입니다.파운드 푸티지 형식이 포착한 미디어 자본주의의 민낯공포 체험 유튜브 채널 '호러 타임즈'의 멤버들이 실시간 라이브 중계를 위해 남양주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설정. 이 출발점 자체가 이미 날카로운 사회 비평입니다. 실제로 곤지암 정신병원은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기괴한 장소'에 포함된 곳으로, 1979년 원인 불명의 집단 사망 사건 이후 지금까지 .. 2026. 9. 16. 영화 시민덕희 (보이스피싱, 칭다오 추적, 공권력 방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직접 중국 칭다오까지 날아가 총책을 잡는다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저는 처음에 그냥 통쾌한 오락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시민덕희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한 추격 서스펜스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공권력의 방관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방식에 대한 냉정한 기록이었으니까요.평범한 세탁소와 칭다오 감금 콜센터가 설계한 비정한 도살장화재로 전 재산을 잃은 세탁소 주인 덕희가 은행 대출 상담원을 자칭한 손 대리에게 걸려드는 첫 장면, 저는 그 과정이 너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오히려 소름이 돋았습니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이란 전화와 금융 신용 시스템을 결합해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통신 금융 사기 수.. 2026. 9. 16. 영화 위키드 (쉬즈대학교, 오즈권력, 비상역공)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저는 뮤지컬 판타지를 봤다는 기분보다, 국가 권력이 개인의 언어와 존엄을 어떻게 설계하고 소각하는지에 대한 냉혹한 보고서를 읽은 것 같은 감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화려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압도적인 가창력에 눈과 귀를 뺏기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이 있는데, 제가 직접 두 번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디테일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쉬즈 대학교라는 도살장 — 기득권이 설계한 선별의 구조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쉬즈 대학교(Shiz University)의 첫 시퀀스를 단순한 배경 설정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분홍빛과 파스텔로 도배된 이 공간은 소수자를 포용하는 곳이 아니라, 체제가 필요로.. 2026. 9. 15. 영화 안나 리뷰 (국가권력, 이중스파이, 자유) 국가가 개인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할 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 (Anna, 2019)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KGB의 소모품으로 사육당하면서도 끝내 양대 첩보 제국을 동시에 교란해 버리는 안나의 서사는, 뤽 베송(Luc Besson) 감독 특유의 플래시백 미장센 위에서 스파이 장르가 좀처럼 건드리지 않는 불편한 질문 하나를 정면으로 꺼내 듭니다. 국가의 대의와 첩보 임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안에, 개인의 자유와 존엄은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느냐고.국가권력이 설계한 굴레 — "구원"이라 부른 사냥터의 실체스파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장면에 설레셨을 겁니다. 밑바닥 인생이 특수 기관의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엘리트.. 2026. 9. 15. 영화 용감한 시민 (학교폭력, 방관주의, 참교육) 학교폭력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왜 선생님들은 가만히 있었냐"는 댓글이 달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2023)을 보고 나서는 그 말이 마냥 쉽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복싱 유망주 출신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이 정교사라는 밥줄을 걸고 학교 폭력 카르텔에 맞서는 이야기. 웰메이드 상업 액션이면서도 방관주의의 구조적 민낯을 꽤 날카롭게 건드립니다.학교폭력 카르텔의 민낯 — 무기력한 교무실이 설계한 도살장영화 초반 소시민이 짓는 가식적인 미소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못 본 척하는 게 진짜 생존 전략"이라는 부장 선생님의 충고는, 단순한 처세술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조직이 개인의 정의감을 무력화하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 시퀀스에서 .. 2026. 9. 14. 영화 댓글부대 (여론조작, 미디어비평, 손석구) 인터넷 댓글 하나가 진짜 여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 이미 설계해 놓은 판 위에서 우리가 움직이는 걸까요. 영화 (2024)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모니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손석구가 연기한 기자 임상진이 짊어진 딜레마가, 제가 평소 온라인 여론을 바라보며 품어온 의구심과 너무 정확하게 겹쳐졌기 때문입니다.여론 조작의 설계도: 찻찻탓이 폭로한 디지털 공작의 실체영화의 핵심 소재는 온라인 여론 조작(Online Opinion Manipulation)입니다. 여기서 온라인 여론 조작이란 특정 집단이 댓글, 바이럴 콘텐츠, 밈 등을 조직적으로 생산·유포해 대중의 인식을 의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실제로 이는 영화적 상상이 아닙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드루킹 여론 .. 2026. 9. 14.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