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94 영화 핸섬가이즈 (오해의 코미디, 편견 해체, 호러코미디) 영화관에서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았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저는 를 보면서 딱 그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성민과 이희준이 만들어낸 이 호러코미디는,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편견 카르텔을 정면으로 박살 내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놓지 않는, 꽤 드문 결의 영화입니다.오해의 도미노 — 외모지상주의가 설계한 비정한 덫어딘가 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길에서 죽은 동물 옆에 서 있다면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예고편만 보고 "그냥 얼굴 개그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영화는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가 유럽풍 전원주택을 마련해 시골 마을에 정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외모입니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실망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2026. 9. 13. 영화 원더랜드 (AI 애도 서비스, 디지털 자본, 진짜 이별) 죽은 사람을 AI로 복원해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그리움을 해소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슬픔을 유예시키는 걸까요. 영화 를 보면서 저는 내내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김태용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은, 미래의 AI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세계를 그립니다. 처음엔 감성 SF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AI 애도 서비스가 그리는 세계, 그 달콤한 함정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우주선 안에서 모닝콜을 걸어오는 AI 태주와 정인의 영상통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직접 스크린으로 마주한 그 첫 장면은, 솔직히 처음엔 꽤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원더랜드'.. 2026. 9. 13. 영화 샤크 (팝아트 미장센, 자본주의 신화, 거짓말 고백) 2004년에 개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를 "아이들을 위한 유쾌한 바닷속 어드벤처"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들여다볼수록 전혀 다른 층위가 보였습니다. 허풍으로 쌓아 올린 신분 상승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팝 아트 미장센(Pop Art Mise-en-scène)이 얼마나 정밀하게 계급 구조를 그려내는지를 분석하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는 확신이 굳어졌습니다.팝 아트 미장센 뒤에 숨은 자본주의 신화의 해부고래 세차장(Whale Wash)에서 혀 닦이 일을 하는 오스카가 처한 계급 구조를 처음 봤을 때, 제가 먼저 읽은 건 화면의 화려함이 아니었습니다. 바닷속 도시를 가득 채운 네온사인과 팝 아트 미장센, 즉 앤디 워홀식의 원색 범람과 광고 카피 같은 배경 .. 2026. 9. 12. 영화 프로메테우스 리뷰 (엔지니어, 데이빗, 바이오 웨폰) 창조주를 찾아 나선 인간들이 마주친 것이 구원이 아니라 말살 계획이었다면, 그 여정을 '위대한 탐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2012년 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묘하게 불편했습니다. 경이로움보다 서늘함이 먼저였고, 그 감각이 10년 넘게 머릿속에 남아 결국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는 인류 기원이라는 거창한 질문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해부해 보면 그 질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엔지니어의 오프닝과 피터 웨이랜드의 테드 강연 — 창조 신화는 처음부터 함정이었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이슬란드 데티포스(Dettifoss) 폭포 앞에 선 엔지니어(Engineer) 한 명이 검은 액체가 담긴 그릇을 받아 마십니다.. 2026. 9. 12. 영화 페르마의 밀실 (밀실 설계, 골드바흐의 추측, 탈출 역공)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탈출 게임 류의 가벼운 스릴러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30분도 안 돼서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페인 영화 (Fermat's Room, 2007)은 철벽 수학 퍼즐과 인간의 욕망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는, 생각보다 훨씬 잔혹하고 정교한 작품입니다. 벽이 좁혀오는 그 감각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머릿속에 남았습니다.도살장으로 설계된 밀실, 그 구조를 프로파일링하다영화는 파스칼, 갈루아, 올리바, 힐베르트라는 가명으로 초대된 수학자 4명이 호숫가 외딴 저택에 모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가명들은 실존했던 위대한 수학자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여기서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치입니다. "저도 한때는 위대한 이름 뒤에 숨은 의도를 너무 쉽게 믿었던 것 같.. 2026. 9. 11. 영화 미스터 노바디 (기차역 갈림길, 평행우주, 선택의 의미) 118세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기억하는 인생이 단 하나가 아니라면, 과연 어느 삶이 '진짜'일까요. 2009년 개봉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는 9살 소년의 단 한 번의 선택을 기점으로 갈라지는 수십 개의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 — 동일한 인물이 서로 다른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가능성의 공간 — 를 스크린에 펼쳐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SF 판타지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으니까요.9살 소년이 멈춰 선 기차역, 그 갈림길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영화의 출발점은 2092년입니다. 불사(不死)의 유전자 치료법이 완성된 미래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자연사를 앞둔 118세 노인 니모 노바디(자레드 레토 분)가 의.. 2026. 9. 1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