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6 영화 조커 리뷰 (고담시 기득권, 아서의 붕괴, 폭력의 낭만화) 웃음이 용기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사실은 굉장히 폭력적인 요구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개봉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참고 참다 미쳐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처음 봤을 때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공감이 됐기 때문입니다.영화 고담시 기득권이 아서를 만든 방식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회가 간신히 붙잡아 두던 사람이었습니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 처방, 즉 최소한의 복지 시스템이 그를 일상 안에 붙들어 두고 있었죠. 그런데 고담시 당국이 복지 예산을 삭감하면서 그 줄이 한 번에 끊겼습니다.여기서 사회적 안전망이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안전망이란 실업, 질병, 빈곤 등 개인이 혼자 감당하.. 2026. 6. 20. 영화 집으로 가는 길 (관료주의, 생존본능과 신파비평)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래도 대사관이 설마 자국민을 완전히 내버려 두겠어"라는 안일한 전제를 깔고 시작했습니다. 그 전제가 산산조각 나는 데는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카센터 부부가 지인의 사기에 말려 대서양 건너 마르티니크 교도소까지 끌려가는 이 실화 기반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시스템이 약자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냉혹한 고발입니다.영화 관료주의의 민낯 — 시스템은 당신을 지키지 않는다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우리가 믿어온 국가와 제도는, 정말로 우리 편인가요?주인공 정연은 코카인 밀수라는 혐의를 뒤집어쓴 채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그녀는 불법을 저지를 의도도, 마약을 운반하고 있다는 인식도 없.. 2026. 6. 20. 영화 28일 후 리뷰 (시스템 붕괴, 기득권 위선, 디지털 미학)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텅 빈 런던 도심을 배회하는 짐의 첫 장면에서 저는 공포보다 먼저 낯선 인식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좀비 영화가 아니라, 시스템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냉정하게 해부한 필름이었기 때문입니다. 분노 바이러스 하나가 국가, 법, 군대, 도덕을 전부 허물어 버리는 이 서사는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었습니다.영화 시스템 붕괴 — 국가가 없어졌을 때 누가 살아남는가제가 직접 영화를 두 번 돌려봤는데, 첫 회와 두 번째 회독에서 전혀 다른 지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달리는 감염자의 속도에 압도됐지만, 두 번째엔 짐이 홀로 깨어난 병원의 정적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바이러스 창궐로부터 28일이 지난 런던에는 교통 신호도, 방송도, 경찰도 없었습니다... 2026. 6. 19. 영화 카트 (시스템의 설계, 서사가 숨긴 균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틀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 운동 소재 영화"라는 말에 묵직하고 어두운 다큐 느낌을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마트 계산대 앞에서 오늘도 웃음을 팔고 있는 선희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이 굳었습니다. 2014년 개봉작임에도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영화, 카트입니다.영화 시스템이 설계한 규격 안에서 소모되는 사람들비정규직(非正規職)이라는 단어는 통계 속에서는 그저 숫자입니다. 여기서 비정규직이란 고용 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간접 고용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를 뜻하며, 정규직과 달리 고용 안정성이나 복지 혜택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약 815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7.6%에 달합니다.. 2026. 6. 19. 영화 부러진 화살 (사법 카르텔, 법정 서사) 2012년 개봉한 영화 은 3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법정 영화의 기준점을 다시 썼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히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느낌보다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냉소가 먼저 밀려왔습니다. 사법부라는 조직이 어떻게 팩트를 무력화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 영화만큼 선명하게 해부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영화 부러진 화살이 폭로한 사법 카르텔의 구조사건의 발단은 황당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수학자 김경호 교수가 대학 입시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고, 학교 측은 이를 인정하는 대신 그를 제명했습니다. 수학에서 벡터의 평행과 수직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 즉 수학적 모순(mathematical contradiction)은 말 그대로 반박이 불가능한 명제입니다... 2026. 6. 18. 영화 룸 (탈출 전략, 사회적 창살) 피해자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감옥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영화 룸(Room, 2015)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3평 남짓한 창고 방보다 더 견고한 감옥이 탈출 이후에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7년간의 감금과 탈출, 그리고 현실 사회라는 두 번째 벽. 이 영화는 그 두 층위를 모두 정직하게 들여다봅니다.영화 탈출 전략: 3평 감옥에서 설계된 냉정한 생존 공학가해자 닉이 구축한 감금 시스템은 단순한 물리적 감금이 아닙니다. 방음 처리된 창고에 비밀번호 잠금 장치를 결합한 이 구조는 범죄심리학에서 말하는 코어시브 컨트롤(Coercive Control), 즉 피해자의 물리적 자유뿐 아니라 인지와 현실 인식 자체를 통제하는 지배 전.. 2026. 6. 18.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