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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아 (심판, 방주, 구원) 신이 인간을 심판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신의 명령에 끝까지 복종하는 것이 진정한 구원일까요. 영화 (Noah, 2014)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하나 때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못 떠났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노아는 기존 종교 서사가 그려온 '선택받은 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비틀어 버립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만든 이 영화, 그냥 성경 블록버스터로 넘기기엔 뭔가 찝찝한 게 남습니다.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의 바리케이드종교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대부분 '신성한 정화'라는 프레임을 너무 편하게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선택받은 자의 특권이고, 나머지는 죄값을 치를 뿐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는 처음부터 그 구조에 균열을 냅니다.영화 초반, 노아가 .. 2026. 8. 8.
영화 천문 (사대주의, 장영실, 세종대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석규와 최민식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영화 (2019)는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줄로만 기록된 장영실의 흔적을 팩션(Faction) 사극으로 복원한 작품입니다. 여기서 팩션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교차 편집하여 역사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메우는 서사 방식을 말합니다. 허진호 감독이 이 공백에 무엇을 채워 넣었는지, 그리고 그게 온전히 성공했는지, 저는 그 지점을 꽤 오랫동안 따져왔습니다.사대주의라는 이름의 도살장 — 조정 카르텔의 민낯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불편해진 장면은 명나라 사신이 조선 조정에 출두하여 장영실의 천문 기기들을 불태우라고 압박하는 대목이었습니.. 2026. 8. 7.
영화 모가디슈 (외교전, 생존 본능, 카체이싱) 전쟁 영화가 불편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전쟁 영화가 아닌 척하는 영화가 더 불편합니다. 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 영화가 맞습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한복판에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이념을 내팽개치고 오직 생존 하나만 붙잡고 탈출하는 실화를 류승완 감독이 100%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찍어낸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던 건, 장면이 화려해서가 아니었습니다.외교전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소모전영화의 출발점은 '유엔 회원국 가입'이라는 명분입니다. 1991년 당시 대한민국은 아직 유엔(United Nations) 미가입국이었고, 소말리아처럼 이미 회원권을 가진 나라의 지지표가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대사관은 소말리아 정부 인사들에게 한국산 선물 보따리를 챙기.. 2026. 8. 7.
영화 경관의 피 (공권력 카르텔, 하드보일드 미장센, 연남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2022)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스타일리시한 버디 형사물 한 편 보고 나오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내내 발이 무거웠습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박강윤 반장의 가죽 재킷이 화면에서 풍기던 그 무게감, 최우식이 연기한 최민재의 서늘한 눈빛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로 소비하기엔 이 영화가 건드린 질문들이 너무 불편하고, 너무 날카로웠습니다.고급 빌라와 스폰서 장부가 설계한 비정한 도살장 — 공권력 카르텔 해부제가 직접 스크린 앞에 앉아 박강윤 반장의 어마어마한 자택 인테리어와 옷방에 즐비한 롤렉스를 목격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저게 어떻게 경찰 월급으로 가능하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서사 엔진입니.. 2026. 8. 6.
영화 낙원의 밤 리뷰 (미장센, 느와르, 전여빈) 조폭 영화를 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게 얼마 만인지 모릅니다. 을 처음 틀었을 때 저는 솔직히 "또 의리 타령하는 한국 느와르겠지"라고 반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전여빈이 횟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마지막 10분을 보고 나서, 한동안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박훈정 감독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증명했는지, 그리고 어디서 아쉬웠는지를 냉정하게 짚어보겠습니다.핏빛 제주도 미장센이 완성한 느와르 미학의 정점박훈정 감독이 에서 구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장센(Mise-en-scène)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인물의 위치, 조명, 색채, 소품까지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 설계는 거의 집착에 가깝습니다.제가 직접 몇 장면을 반복.. 2026. 8. 6.
영화 이웃사람 (강산맨션, 사이코패스, 방관 카르텔) 옆집에서 열흘 간격으로 시체가 나오는데, 아무도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영화 을 처음 봤을 때 이 질문이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강산맨션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살인마 승혁(김성균 분)과 그를 둘러싼 이웃들의 침묵은, 스릴러의 문법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방관을 그대로 찍어낸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습니다.강산맨션이라는 이름의 도살장 — 방관 카르텔의 해부연쇄살인(Serial Murder)이라는 개념을 FBI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냉각기(cooling-off period)를 두고 최소 2건 이상 저지른 살인"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냉각기란 살인과 살인 사이에 범인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승혁이 정확히 열흘 간격으로 범행을 저지.. 2026.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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